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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1979.10.16)

Димитро̀в 2021. 11. 19. 13:00

당시 선언문을 재연한 종이

 

청년학도여.

지금 너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조국은 심술궂은 독재자에 의해 고문받고 있는데도 과연 좌시할 수 있겠는가. 이 땅의 위정자들은 흔히 민족을 외치고 한국의 장래를 운운하지만 진실로 이 나라 이 민족의 영원한 미래를 위하여 신명을 바칠 이 누구란 말인가. 청년학도여!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보게나. 특히 고도성장정책의 추진으로 빚어진 수없는 부조리, 그 중에서도 재벌그룹에 대한 특혜금융이 그들의 기업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기업주 개인의 사욕을 채욱에 급급했으며 특수 권력층과 결탁하여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시장질서를 교란시켜 막대한 독점이윤을 거두어 다수의 서민대중의 가계를 핍박케 했던 사실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정부나 기업은 보다 많은 수출을 위하여는 저임금 외의 값싼 상품 공급은 없는 것으로 착각하고 터무니없이 낮은 생계비 미달의 저임금을 지불하고서도 그것이 과연 전체 국민의 후생을 증대시켰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극심한 소득분배의 불균형 때문에 야기된 사회적 부조리를 상기해보라! 그 부조리는 영세한 서민층에게 물질적 빈곤만을 강요하였을 뿐 아니라 따사로운 일요일 한낮에 화목하게 모여 담소할만한 시간도 없이 그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전가족이 마치 전쟁을 하듯이 공사장을 전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가정이 있으며 무슨 윤리가 깃들 수 있겠는가!

이러고도 정권의 아부배들은 현실을 왜곡한채 독재자의 통치력을 입이 닳도록 찬양할 수 있겠는가! 눈앞의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 공리를 앞세우는 사회풍토보다는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내세우는 졸렬한 사회상, 이런 불합리하고 불건전한 사회에서 예술이며 전반적 문화수준이 향상될 릴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물질·정신 양면으로 낙후된 후진국이라는 누명을 덮어쓴 채 강대국에 질질 끌려다니는 초라한 민족의 모습. 그러나 우리는 좌절할 수는 없다. 점진적으로 이런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비단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소위 유신헌법을 보라! 그것은 법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을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무모한 정치욕을 충족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급변하는 현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만든 법이라고 하지만 교묘한 미명하에 가면을 덮어쓰고 국민을 능욕하는 술책이며 다수 선량한 지식인내지 모든 우국지사에게는 유사시 총이며 칼인 것이다.

모든 정당한 비판과 오류의 시정을 요구하는 순수한 의지를 반민족적 행위 운운하면서 무참히 탄압하는 현정권의 유례없는 독재, 이러고도 우리 젊은 학도들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에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너희들의 정열은 어디에 있는가.

비록 이성이 진리 그 자체는 아닐지라도 너와 내가 추구하는 진리와 자유는 이성적 결단에 의해서만 휙득되어지는 것이며 이성은 현존재로 하여금 모험을 하게 하지만 투기를 시키지 않으며 현존재로 하여금 소모시킬지언정 낭비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년학도여!

부디 식어가는 정열, 잊혀져가는 희미한 진실, 그리고 이성을 다시 한번 뜨겁게 정말 뜨거웁게 불태우세! 혼탁한 시대를 사는 젊은 지성인으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책임감으로 우래 모두 분연히 진리와 자유의 횃불을 밝혀야만 하네!

 

<폐정 개혁안>

1. 유신헌법 철폐

2. 안정성장정책과 공평한 소득분배

3. 학원사찰 중지

4. 학도호국단 폐지

5. 언론·집회·결사의 완전한 자유와 보장

6. YH사건에서와 같은 반윤리적 기업주 엄단

7. 전국민에 대한 정치적 보복 중지

 

모든 효원인이여! 드디어 오늘이 왔네!

1979년 10월 16일 10시 도서관으로!